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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1)

새벽5시에 2020. 6. 14. 14:01

어머니께서 카톡으로 동영상을 하나 보내셨다. 

으르신들 단톡 방에서 또 뭔 가짜 뉴스가 돌아다니나... 하고는 늘 그렇듯이 눌러보지도 않았다. 

 

순간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몇시간 후에 다시 어렴풋이 떠올랐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 블로그에도 썼듯이 우리 인간에게 허락된 행복은 매우 순간이다.라고 생각하는 게 나의 지론이었다. 당연히도 인간에게 불행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붓다가 말했던 "일체 계고" 아닌가? 부처님이 틀린 말을 했을 리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의 불행이 당연하지 않다고? '어줍잖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따위 소리 할 거면 그냥 집에서 맛있는 밥이나 해 드세요'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속으로. 

 

근데, 어떤 썰을 푸나 한번 보자. 라는 생각에 동영상을 틀어봤다. 

 

티브이 프로그램 "차이 나는 클래스"에서 김누리 교수라는 분이 하는 강의 내용이었다.


강의 내용은 가히 쇼킹했다. 요 근래에 와서 정치, 사회적인 문제와 개인적인 문제들이 고구마 20개 정도는 먹은 것처럼 꽉꽉 막혀있는 느낌이었는데, 리필 공짜 사이다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듯한 강의 내용이었다. 

 

동영상 썸네일에 '독일엔 있고 한국엔 없는 세가지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꼭 유튜브에서 찾아보시기 권장합니다. 1편은 새로운 독일을 있게 한 교육의 힘, 2편이 독일엔 있고 한국에 없는 세 가지 교육)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의 말로 강의를 시작한다. 베라르디는 한국사회 네 가지 특징을 꼬집었는데, 

첫째, 끝없는 경쟁

둘째, 극단적 이기주의

셋째, 일상의 사막화

넷째, 생활리듬의 초 가속화

 

노년층의 자살율 세계 1위,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의 위엄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이제부터 독일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선, 독일은 학교에서 시험이 정해져 있지 않다. 경쟁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 공식적인 시험날짜를 정하지 않고, 불시에 교사의 재량으로 시험을 본다. 그리고 등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오 신박한데? 근데 이렇게 대학에도 간단다. 뭐? 대학을? 고등학교 졸업시험만 통과하면 누구나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다. 커트라인은 존재하지만 95% 이상이 시험에 패스하고, 만약 패스 못하면 다음 시험을 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독일의 모든 대학은 평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학벌'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것이 재벌의 돈이고, 그 재벌의 돈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 학벌의 끈 아니던가? 뭔가 독일은 우리와 굉장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구나... 라며 도입부를 시작했다. 

우리가 살고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공산주의와 싸워 이긴 위대한 이념이 아니던가? 설마 또 피게티의 21세기 자본을 들먹이며 '위대한 자본주의'를 비판하려는 걸까? 식상한데...?라는 생각이 잠시 들긴 했다. 

 

독일은 경쟁이 없다. 경쟁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이데올로가 이다. 독일 학생들은 공부를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 대학에 가도 좋고, 가지 않아도 좋다. 그러면 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해야지? 그렇다. 실직을 해도 국가가 실업급여와 보조금을 지급하고 직업교육도 시켜준다. 살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천국이 아닌가? 

 

반면 우리는 지옥이다. '스카이캐슬'에 나온 것 마냥 피라미드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인간성을 상실하고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며 얄팍한 권력에 취해 오만한 인생을 살게 된다. 낙오자는 그냥 뒤지는 거고. 동물의 세계이지 인간의 세계라고 할 수 없다. 물론 모든 인간이 이렇게 살고 있다면 받아들여야겠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단다. 그렇지 않고도 개개인이 훌륭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인간으로서 행복을 느끼면서. 행복. 행복. 우리에게는 아주 잠시만 허락된 행복이 독일인에게는 생활이라니. 


인간으로서 행복을 느낀다는 건 뭘까? 사실 감도 잘 잡히지 않는다. 뭔가 이루었을 때, 순간의 즐거움, 갖고 싶을 것을 가졌을 때, 순간의 도파민, 쾌락, 그게 행복이 아니란 말인가? 남들보다 우월할 때 느끼는 우월감, 티는 내지 않아도 나보다 못한 자를 우습게 여길 수 있는 여유? 그런 것들이 아닌가? 

 

아니란다. 그게 아니란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