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젖에 뭐가 났다. 거의 일년 동안 참고 지내다가 없어지지 않는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 

 

후두유두종. 

 

일종의 사마귀가 난 것 이라고 했다. 때어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큰 불편함은 없지만 목에 항상 뭔가 걸려있는 것 같아서 때어달라고 했다. 

수술은 간단하지만 마음의 준비는 해야하니까 이틀 뒤에 수술하는게 어떠냐고, 좋다고 했다. 

 


엉덩이에 주사부터 맞고 시작했다. 

수술실로 들어가서 수술대에 누으니 뭔가 신선했다. 수술대에 누워본 건 초4 때 포경수술 이후로 처음인듯. 

우선 마취주사를 목구멍에 한방 놓고, 계속 '아~' 소리를 내라고 했다. 

숨만 쉬었다가 '아~' 를 계속 반복하고 있는데 중간 중간 뭔가 들어와서 지지직 소리를 낸다. 

아마도 레이져로 지지는 것 같았다. 그러기를 몇 번, 뭔가를 꺼내서 플라스틱 통에 담는다. 

잠시 후 끝났다고, 총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약국에서 약을 사고, 찬 음식만 먹으라고 해서 냉면을 사가지고 집으로 왔다. 

 


와이프 작업실에 들렸다. 수술을 받았다고 했더니, 그런게 뭔 수술이냐며 호들갑 떨지 말라고 했다. 

그래도 지금 마취가 풀려서 점점 통증이 심해진다. 침도 잘 못삼키겠다. 했더니, 

"으이구~ 그랬어? 좀 적당히 해~, 뭔 큰일이라고 남자가 없어보이게!"

와이프가 그러니 같이 작업 중인 직원도 웃고 떠든다. 

 

그래 내가 엄살이 좀 심하긴 하지.. ㅎㅎㅎ


오빠, 여기 이것 좀 세어서 몇개인지 알려줘. 

5개네. 

잠시 후, 

 

아니 여기 남은게 있는데 오빠가 잘못알려줘서 또 쓸데없이 만들었자나!!! 으이그 증말!!!

 

가만히 있다가 순간 짜증이 폭발했다. 

 

아니, 니가 아까 저기 숫자 세어달라고 했자나, 남은 거 세어달라 한거 아니고!! 니가 잘못알려준걸 왜 지금 와서 나를 탓해!!!

한 템포 쉬고, 

아니 그리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니 남편 그렇게 비웃는게 좋디? 

순간 작업하던 걸 내던지고 그냥 나와버렸다. 


목이 아픈것 보다, 존중받지 못하는 게 더 많이, 훨씬 더 많이 아팟다. 

그냥 "많이 아파?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어" 

한 마디면 더 열심히 일을 도왔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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